‘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신경인성방광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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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신경인성방광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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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신경인성방광에 대한 이야기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신경인성방광 클리닉 김아람 교수

 

한 영화의 제목입니다. 척수손상 환자분들에게 오늘 제가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구절을 꼽으라면 이 구절입니다. 척수손상 이후 생긴 신경인성방광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지내 강을 지나버리고 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인성방광이란?

신경학적 문제가 선행되는 방광의 문제를 말합니다. 척수손상 이후 소변이 잘 배출되지 않거나, 요의가 없는 경우를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난 한 환자분은 50대 초반의 여성이었습니다. 다른 기저질환이 없는 분이었는데, 투석을 하고 계셨습니다. 10년 전 낙상으로 척수손상을 입은 적이 있는데, 이후 소변이 잘 안 나왔다고 합니다. 배에 힘을 주고 두드리면 소변이 나왔기 때문에 자가도뇨를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앞서 말한 그 강을 건넌 많은 분들 중 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이 분의 신장이 망가져 투석을 하게 된 이유는 신경인성방광에 대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많은 척수손상 환자분들이 큰 사고 이후 방광을 잊고 살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 강은 건너가 버리면 다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제발 강을 건너지 마시고, 신경인성방광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 이유를 오늘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신경인성방광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

신경인성방광 치료를 통해 신장 기능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기능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강을 건넌 것이죠. 척수손상 이후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방광은 소변이 조금만 차도 수축을 하거나, 요도 괄약근이 정상적으로 열리질 않아 소변이 방광에서 신장으로 역류하기도 합니다. 방광에 찬 소변은 배출이 안되니 요로감염이 계속 재발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신장 기능을 잃게 되고 잦은 요로 감염으로 병원을 찾게 되거나 항생제를 남용해 결국 항생제 내성이 생기게 됩니다 척수손상 환자를 40년 이상 추적 관찰한 여러 연구의 결과에서도 이 환자들의 장기간 생존율에 방광 문제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척수손상 환자들은 대부분 젊은 나이에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아 사고 이후 사회활동이나 여가활동, 경제 활동이 지속되어야 하는데, 요실금이 심해 외부 활동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신경인성방광 치료를 통해 이런 부분들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자가도뇨를 하더라도 적당한 간격으로 할 수 있게 되고 요실금이 사라져 외부 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기본적인 소변 검사를 통해 감염 이없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잔뇨가 늘 많기 때문에 세균뇨가 관찰되는 경우가 많고, 척수손상 환자들은 요로감염이 있어도 증상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감염이 자주 관찰될 수 있습니다. 요역동학검사를 하게 되는데, 40-50분 정도 소요되는 힘든 검사이나, 정확한 방광의 기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검사입니다. 요도괄약근에는 문제가 없는지 방광의 저장기능, 배출기능에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며, 소변의 역류는 없는지를 관찰하는 엑스레이 검사도 하게 됩니다. 또한 신장에는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위해 복부 초음파나 씨티 검사 그리고 방광 내시경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방광의 기능적인 문제는 이 요역동학검사로 평가가 가능하지만, 신장의 문제는 복부 영상 검사를 통해 평가를 따로 해야 합니다. 방광 내시경은 방광 내부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검사입니다. 초음파나 씨티 같은 영상 검사로도 방광 내부는 평가가 힘든 경우가 많고 신경인성방광 환자의 경우 비전형적인 방광암이 생길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2-3년 간격으로 시행해야만 합니다.

 

소변 검사는 자주 해야 하나요?

이러한 영상 검사나 내시경을 2-3년에 한번씩 하면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권유는 해드리지만, 힘들다고 하시면 소변 검사라도 정기적으로 하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소변 검사를 통해 단백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없던 단백뇨가 검출이 된다면, 적당한 신경인성방광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의심해볼 수 있으니 점검을 받아야 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세균뇨는 관찰될 수 있으나 증상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항생제 치료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증상 세균뇨인 경우 항생제를 지속한다면 추후 항생제 내성이 심각해 질 수 있으니 반드시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척수손상의 레벨이나 정도, 손상된 이후 기간, 나이에 맞는 신경인성방광 관리 방법을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조건 이렇게 하셔야 한다고 단정짓기에는 각 환자의 상태와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요역동학검사와 위에 설명한 여러 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경인성방광클리닉을 통해 많은 척수손상환자분들의 신경인성방광에 대한 치료를 하다보면 정말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대하게 됩니다. 배에 힘을 주거나 아랫배를 두드려 소변을 보는 환자분들이 여전히 많고, 1회용 카테터가 아닌 고무재질의 빨간 카테터를 소독해서 사용하는 환자들도 많다는 점이 늘 놀라울 뿐입니다. 간혹 소변줄을 잠그고 풀고를 반복하며 마려운 느낌을 느끼는 연습을 한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배를 두드리거나 힘을 줘서 소변을 보는 행동은 지금부터 중단하셔야 합니다. 둘째, 소변줄을 유지해야만 한다면, 요도를 통해 거치한 소변줄을 제거하고 아랫배에 피부를 통한 카테터를 직접 방광에 삽입해야 합니다. 셋째, 과반사가 자주 느껴지거나, 소변에 냄새가 나거나 탁하면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넷째, 재활용 카테터를 소독해서 쓰시는 분들은 최대한 빨리 버리시고, 일회용 카테터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치료의 근간은 자가도뇨입니다. 자가도뇨를 통해 적당한 간격으로 방광을 비워줌으로서 과반사도 방지하고, 방광이 과도하게 확장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자가도뇨 만으로는 실금 등의 불편감은 지속될 수 있어 약물 치료가 동반되면 더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자가도뇨와 적절한 약물치료가 지속되면 충분한 물도 섭취할 수 있게 되어 방광염이 재발하는 것도 호전될 수 있고, 실금으로 인한 불편감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로 항콜린제 약물을 기본으로 알파차단제나 베타3항진제를 혼합해서 복용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부작용이 많을 수 있어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반드시 약물 복용에 대한 상의가 필요합니다. (항콜린제 여러 종류를 혼재해서 사용하는 것은 절대 표준치료가 아닙니다.)


수술적 치료도 있나요?

신경인성방광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르면 방광은 점점 더 딱딱해지고 작아지게 됩니다. 약물 치료와 자가도뇨만으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누리기가 힘들 때 소장을 자른 부분을 방광에 이어 붙여 방광의 부피를 늘려주는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본원의 신경인성방광클리닉에서는 이 수술을 로봇을 이용한 수술을 하고 있어 큰 복부 절개 없이도 시행받을 수 있습니다. 움직일 때 혹은 기침하거나 웃을 때 소변이 세는 복압성 요실금의 경우는 약물 치료로는 호전되지 않습니다. 이 역시 여성의 경우에는 요실금 수술을 받을 수 있는데, 본원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요실금 수술을 신경인성방광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고 자가근막을 이용한 특별한 수술을 통해 자가도뇨도 잘 유지되면서 요실금도 없어지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남성의 복압성 요실금의 경우에는 전립선암 후 발생한 복압성 요실금에만 보험이 적용되던 인공요도괄약근 설치술이 2021년부터 신경인성방광에도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보험이 적용된 후 국내 최초로 본원에서 신경인성방광에 대해 이 수술을 시행했으며 환자는 아주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하루 종일 마려운 느낌이 지속되며 소변이 흐르는 경우에 항콜린제 등의 약물 치료가 필요하나 이 약물의 경우 변비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척수손상환자의 경우 변비 역시 아주 힘든 문제인데, 신경인성방광 약물 치료 후 더 심해진다면 안되겠지요? 이런 경우 내시경을 이용해 방광 내벽에 보톡스를 주사할 수 있습니다. 이 치료 역시 표준치료이므로,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가도뇨를 하면 외출하거나, 일하는 게 힘들어지는 거 아닌가요?

자가도뇨를 해야만 하는 상태라고 판단되면, 생활 사이클에 맞게 자가도뇨를 해야만 합니다. 자가도뇨가 물론 힘들고, 집 밖에 나가서 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지만 해야만 하고 할 수 있습니다.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하고 있고 아주 좋은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자가도뇨가 적응이 되면, 오히려 외출하는 것이 두렵지 않고 일을 할 수도 있게 됩니다.

 

치료를 안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이런 상태로 수년이 지속된 분들은 방광염이 계속 재발하거나, 방광에 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혈압 조절이 안되거나, 과반사가 자주 생길 수 있으며 신장 기능 저하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결국 <강을 건넌 상태>가 된 것입니다. 제가 이 글의 제목을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라고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신장 기능이 손상되면 다시 좋아질 수 없습니다. 심한 경우 투석을 해야 하고 잦은 요로 감염으로 응급실을 자주 찾게 될 것입니다.

 

맺음말

방광은 재활을 통해 혹은 운동을 통해 단련되고 좋아지는 장기가 아닙니다. 신경인성방광은 척수손상 후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하고 간과해도 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신장기능의 보존, 재발성 요로 감염의 예방, 삶의 질 향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디 그 강을 건지지 마시고, 대학병원의 배뇨장애를 전공한 교수님들을 만나 보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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